췌장은 간 못지않은 ‘침묵의 장기’다.
복부 깊숙이 다른 장기들에 둘러싸여 있는 췌장의 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
다른 소화기계 장애의 증상들과 뚜렷이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증상이 나타난 뒤에 암을 발견하면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췌장암의 임상적 증상이 위나 간에 질환이 있는 경우와 비슷하므로 이들과 감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간과해서는 안 되는 췌장암의 초기 증상 네 가지를 살펴봤다.
쥐어짜는 듯한 복통이 지속한다
복통은 췌장에 문제가 생겼다는 대표적인 신호다.
췌장은 명치와 배꼽 가운데에서 왼쪽을 향해 가로로 길게 놓여 있다.
염증이 생기면 췌장이 붓고 주변의 신경을 자극해 췌장이 자리한 부위에 통증이 발생한다.
주로 왼쪽 윗배가 아프고 심하면 옆구리와 등까지 통증이 확대된다.
쓰리거나 따갑기보다는 뻐근하고 쥐어짜는 듯한 고통이다.
단순 소화불량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소화제를 복용해도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고 길게는 하루 수 시간씩, 수일간 통증이 이어진다.
고통이 유독 심해지는 순간은 천장을 바라보며 똑바로 누웠을 때다.
등을 바닥에 대면 척추뼈 쪽으로 진행된 염증을 자극해 고통을 호소하게 된다.
옆으로 누워 허리를 구부려야 비로소 통증의 강도가 낮아진다.
음식을 먹을 때도 복통이 악화하는데, 췌장이 염증으로 약해진 상태에서 소화효소 분비 기능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름 섞인 대변이 나온다
대변에 기름이 섞여 나오는 증상도 췌장암의 증상 중 하나이다.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췌장의 기능이 저하된 탓이다.
특히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 대부분은 췌장에서 나온다.
췌장에 염증이 생기면 지방 성분의 소화, 흡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변으로 배출될 수밖에 없다.
대변 주변으로는 기름방울이 둥둥 떠다니며 변에서는 악취가 난다.
심하면 대변 색이 황금색이나 갈색이 아닌 크림색을 띠기도 한다.
췌장암으로 인한 지방 흡수 장애는 영양 결핍과 체중 감소도 야기한다.
무엇보다 지방 흡수가 어려워지면 비타민 A·D·E·F·K 등 지용성 비타민의 결핍을 초래할 수 있다.
식품의 지방이 체내의 지용성 비타민 흡수를 돕기 때문이다.
일부 사람들은 지방질이 많은 음식을 먹었을 때 설사를 하고 복통, 메슥거림 등의 증상이 발생해 일부러 지방이 함유된 음식을 기피하는데, 이 과정에서 영양이 부족해지기도 한다.
체중의 경우 특별히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는데도 1년간 본인 몸무게의 10% 이상 빠졌다면 췌장암 등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피부가 노랗게 변한다
황달 또한 췌장암의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로, 췌두부암의 약 80%에서 나타난다.
종양 때문에 총담관이 십이지장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막혀서 담즙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고, 그에 따라 빌리루빈(bilirubin)이라는 물질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할 경우에 발생한다.
빌리루빈은 수명이 다한 적혈구가 체내 대사 과정에서 파괴될 때 헤모글로빈이 분해되어 생기는 것으로, 담즙 색소의 주성분이다.
황달이 생기면 소변이 진한 갈색이나 붉은색이 되는데, 황달에 걸렸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소변 색의 이상을 먼저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대변의 색도 흰색이나 회색으로 변하고, 피부 가려움증이 따르며, 피부와 눈의 흰자위 등이 누렇게 된다.
췌장의 몸통이나 꼬리에 종양이 생겼을 때는 5~6% 정도에서만 황달이 발생하지만, 암세포가 이미 췌장 전체에 퍼지고 간이나 림프절로 전이되었을 정도로 병이 진전된 상태일 때가 많다.
황달이 발생하면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황달과 함께 열이 나면 막힌 담도에 염증이 발생했다는 신호이다.
이때 막힌 부분을 신속히 뚫어 주지 않으면 패혈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갑작스럽게 당뇨병을 앓는다
비만이나 가족력 등이 없는데도 갑자기 당뇨에 걸렸다면 췌장염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기존에 앓던 당뇨가 이유 없이 심해져도 마찬가지다.
췌장은 소화를 돕는 핵심 장기이자 체내 혈당량을 조절하는 인슐린을 포함, 각종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이다.
인슐린은 췌장의 내분비 기능을 담당하는 베타세포에서 분비되는데, 염증이 생기면 췌장 세포가 파괴되면서 베타세포 역시 손상되거나 일시적으로 기능이 마비된다.
인슐린도 이전보다 적게 생산돼 혈액 내 당 수치가 높아지고 당뇨를 앓게 된다.
이때 일반적인 당뇨 환자와 마찬가지로 소변량이 늘고 체내 수분이 부족해져 갈증이 심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나 췌장염으로 야기된 당뇨만의 특이점도 있다.
일반 당뇨와 비교해 혈당 조절이 어렵다는 점이다.
하루에도 수차례 저혈당과 고혈당을 오가곤 한다.
췌장염으로 인한 당뇨는 통상 만성 췌장염 환자에게 발현된다.
췌장암 예방법?
아직은 확립된 췌장암 예방 수칙이 없으므로 일상생활에서 위험요인들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담배는 췌장암 발생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담배를 피우지 말고, 남이 피우는 담배 연기도 피하는 것이 좋다.
흡연자가 췌장암에 걸릴 확률은 비흡연자의 1.7배 이상이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건강한 식생활과 적절한 운동으로 알맞은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암뿐 아니라 모든 질환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육류 중심의 고지방, 고칼로리 식이를 피하고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는 쪽으로 식생활을 개선하도록 한다.
동물성보다는 식물성단백질을 많이 섭취하십시오.
-당뇨가 있으면 췌장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니 당뇨 환자는 꾸준히 치료를 받고 식이요법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만성 췌장염도 췌장암 발생 위험도를 높이므로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한다.
-췌장암의 일부는 유전적 요인에 의한 것이다.
직계 가족 가운데 50세 이전에 췌장암에 걸린 사람이 한 명 이상 있거나, 발병 연령과 상관없이 두 명 이상의 췌장암 환자가 있다면 가족성 췌장암을 의심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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